한강의 기적- 과거의 기억

1. 한국 하천의 특성 ‘천정천(Raised Bed River)’

땅은 모래나 자갈 그리고 많은 종류의 더 작은 토양의 알갱이들이 퇴적이 된 결과물 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동절기와 하절기의 강수량 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은 하천의 퇴적량이 많아져서 강의 바닥이 배후습지보다 높아지는 “천정천”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하천은 천정천이 많습니다.

즉, 한강도 퇴적이 너무 잘 일어나서 오히려 문제가 되었습니다.

  • 천정천의 정의: 하천 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계속 쌓여, 강바닥이 주변 평지보다 높아진 하천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하늘 위의 강’입니다.
  • 왜 홍수가 잦았나: 강바닥이 높으니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제방을 넘어버립니다. 사람들은 홍수를 막으려고 제방을 더 높이 쌓지만, 제방 안쪽에는 모래가 더 쌓여 강바닥이 또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 지질학적 배경: 한반도는 산지가 많고 경사가 급해 상류에서 하류로 공급되는 퇴적물의 양이 엄청납니다. 이것이 하천의 하류 평야 지대에서 ‘누중의 원리’에 의해 층층이 쌓이며 천정천을 만든 것이죠.

2. 홍수와의 전쟁

매년 여름 반복되던 홍수를 우리가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서사는 ‘토목공학적 승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준설(Dredging): 쌓인 퇴적물을 억지로 파내는 작업입니다. 강바닥의 ‘층’을 인간이 강제로 걷어내어 물그릇을 키운 것입니다.
  • 직강화 공사: 구불구불 흐르며 유속이 느려져 퇴적을 유도하던 하천을 직선으로 폈습니다. 물이 빨리 빠지게 하여 퇴적물이 쌓일 틈을 주지 않는 전략입니다.
  • 다목적 댐과 보: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과 퇴적물의 양을 조절하여 하류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제는 하천이 자연적으로 층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적립’ 속도를 제어하게 된 것입니다.

3. 과거의 한강의 모습은?

  • 1920~30년대의 한강의 모습입니다. 아직 뚝섬이나 잠실이 섬이죠. 한강도 구불구불한 곡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여의도도 지금보다 엄청 넓습니다. 한강의 폭은 아주 좁습니다. 하지만 배후습지는 상당한 폭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제방이 있는 쪽은 조금 높고 이미 농지나 주택가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개발이 안된 상태라고 봐야죠.
  • 1970년대의 한강의 모습입니다. 잠실은 이미 섬은 아니군요. 신천도의 아래쪽 하천은 막아서 부지로 만들고 위쪽의 강폭은 넓혀서 한강을 직선화 한 상태입니다.
  • 아직 한강 전체에 대한 준설공사나 토목공사는 하지 않은 상태죠. 강 중간 중간 많은 모래톱이나 섬이 보입니다. 실제로는 섬이라기 보다는 천정천의 바닥이 드러난 상태라고 봐야죠.
  • 여름에는 하천이지만, 겨울이나 갈수기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지형이니 뭐라고 할까요? 그래도 강바닥이겠죠?

4. 잠실 석촌호수의 드라마: 사라진 강, 남겨진 호수

석촌호수는 옛날의 한강의 줄기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한강의 섬을 아래위로 가로지르던 물줄기의 아래쪽을 막아서 섬을 섬이 아닌 육지로 만들때 남은 하도의 잔재라고 할까요?

  • 과거(송파강 시절): 원래 잠실은 섬(신천도, 부리도)이었습니다. 한강의 본류가 지금의 석촌호수 자리를 지나던 ‘송파강’이었죠. 이곳은 거대한 하천 퇴적층이 형성되던 활발한 하도였습니다.
  • 중간(1971년 공유수면 매립): 강남 개발과 홍수 방지를 위해 남쪽의 송파강을 막고, 북쪽의 신천강을 넓히는 대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원래 강이 흐르던 물길 대부분이 흙으로 덮여 땅이 되었습니다.
  • 현재(도심 속 인공호수): 옛 물길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남겨둔 곳이 바로 석촌호수입니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석촌호수는 거대한 한강의 퇴적 시스템이 인간에 의해 ‘강제 격리’되어 박제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름다운 벚꽃을 보기 위해 걷고 있는 석촌호수 산책로 아래에는, 수천 년 동안 한강이 실어 나른 모래의 일기장이 묻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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