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했던 내용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의 객실승무원의 역할과 항공사에서의 위치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객실승무본부?? 캐빈본부??
우리나라의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는 객실승무원 관리 부서를 “객실승무본부”라는 한자어를 사용해서 표시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통적으로 영어를 그대로 써왔는데요. “캐빈본부”라고 칭합니다.
이 두 다른 부서명을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객실승무원에 대한 관심? 또는 체계적인 정리의 정도 그런 것들을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뭔지 잘 모르겠다. 이거 같습니다.
1969년에 설립한 대한항공은 왜 “객실승무본부”라고 칭하고 운영해 왔을까요? 기본적으로는 항공법 상에서 표현하고 있는 “운항”, “객실” 이런식의 용어를 기준으로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항공법 상에 나오는 객실승무원과 관련된 용어는 일본의 영향을 빼놓을수가 없는데요. 대한항공의 매뉴얼이나 SOP가 최초 일본항공의 것을 그대로 따왔기 때문입니다.
참, 쫌 그렇죠? 아무래도 객실승무원이라는 직종이 항공사업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 필요성도 별로 없다 보니.. 결국은 그냥 쓰던 용어를 빌려서 사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양세계는 다르냐? 그렇지 않습니다. 조종사나 정비사와 비교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어도 그만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양에서도 Flight Attendant, Stewardess, Steward, Purser 등과 같은 비슷한 직종에서의 이미 쓰던 용어를 사용해서 쓰게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는 거죠.
최근 들어서 객실승무라는 분야도 전문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Cabin Crew라는 용어를 쓰게 된것이죠. 그러나 아직도 최대 항공사 보유국인 미국에서 Crew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법 너무 어렵죠?
우리나라의 항공법은 제정 이후 일본의 항공법을 번역해서 사용했고, 일본 항공법에서 사용한 객실이니 객실승무니 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항공법의 시초는 1943년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항공법” 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항공법을 그대로 베낀 내용이 주가 됩니다.
1945년 독립 이후에도 아시다시피 제대로된 항공기 한대 없었던 나라에서 항공법이 중요한 게 아니니 음.. 당연히 개정이나 제정이 새롭게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대로 일본의 항공법과 같은 내용이었겠죠. 1961년에 새로 항공법이 제정돼 사용됐는데, 그 내용이 그다지 변하지 않고 일본의 것과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용어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구요. 특히,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뭐.. 여전했습니다. (새로운 용어나 한글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 었겠죠.)
정말 구태의연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법이라고 사용했지만, 우리나라의 항공법은 2000년에 큰 전환점을 가지고 변화를 겪게됩니다. 물론, 그 법 자체는 이전의 법 체계를 유지했지만, 대한항공의 “괌”사고 및 1999년에 잇달았던 각종 항공사고들 덕(?)에 ICAO에서 대한민국 항공국을 2단계로 Downgrade 했고 그 이후 정부 주도로 항공법의 내용을 ICAO 등에서 강제하는 조약을 반영한 기본적인 내용을 구비하도록 재 정비하고 “운항기술기준”이라는 일종의 미국의 FAR (Federal Aviation Regulation) 을 Modify한 ICAO “Model Regulation”이라는 절차를 원용(번역해서 적용)한 하위 법체계를 만들어서 대처하게됩니다.
드라마틱한 변화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언론이나 기타 유력인사들이 이런 변화에 민감하거나 관심을 둘리가 없죠. 슬프게도 우리나라에는 전문인력이 공무원으로 근무하기 쉽지 않고 게다가 항공과 같은 주변부 업무를 리더급 공무원이 관장할리가 없죠.
아무튼 그래도 항공역사의 새장을 연 2001년 911사태를 겪으면서 국제적인 항공 규정이 재편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ICAO 니 IATA니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가기 시작하면서 항공법 재편의 Needs가 발생했고 항공법 + 운항기술기준 체계에서 항공법 자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재구성을 하면서 항공법은 사라지게되고 4개의 기본법 + 운항기술기준으로 구성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객실승무원이라는 용어를 법에서 항공종사자라는 용어와 더불어서 항공기승무원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게 됩니다.
아무튼 “객실승무원”이라는 용어가 Cabin Crew라는 영어 Terminology를 번역한 용어로 자리잡게 되는 거죠.
2017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이전에 항공법 단일법령 체계에서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및 “항공보안법”의 4개의 법령체계로 개편해서 제정한 후 현재까지 지속 중입니다.
먼길 돌아왔지만, 결국 “객실승무”라는 용어가 현재로서는 한글로 번역된 정착된 용어라고 생각됩니다. 캐빈이라는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Cabin Crew라는 용어는 “객실승무원”으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Cabin Attendant 라는 일본식 짝퉁 용어는 이제 사용하면 안될 것 같고, Flight Attendant라는 미국식 용어도 Attendant라는 뜻을 생각하면 Crew라는 용어로 변경해서 “전문성”을 강조해야 더 적절해 보인다는 거죠.
서비스가 승무원 업무의 전부일까?
항공기에서 승무원의 업무를 정의해보면 거의 90퍼센트 정도는 탑승한 고객을 Care하는 업무죠. 하지만, 객실승무원들의 항공기 탑승 사유의 주요 사유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필수 안전업무 수행을 위해서 여객기에만 탑승하는 특수 직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면허를 가지고 있는 항공종사자들과는 다르겠지만, 민간항공기, 특히, 여객기의 운항 시 필요충분조건이 “최소 객실승무원” 충족이므로 현실적으로는 항공종사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현행 법률로도 대한민국의 항공사가 운항중인 여객기는 “객실승무원의 최소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운항을 할 수 없습니다.
음… 여객기 운항 조건 중 비상 시 탈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항공사 별로 운영하는 최소 객실승무원의 업무에 의해서 정해진 시간 내 전체 탑승객의 탈출이 완료돼야 하거든요. ICAO를 기준으로 FAA/EASA 등 전세계 항공당국은 공통으로 90초 룰을 적용하고 있어요.
90초 룰이라는 것은 항공사 별로 운영하는 최소객실승무원을 배정한 채로 승객을 모두 태운채로 탈출 상황으로 Exit Managing을 해서, 즉, 항공사의 비상시 업무절차에 의해서 90초 내에 전원이 탈출하는 조건으로 항공사 별로 여객기를 개별 승인해주고 있거든요. “90seconds Rule”이라고 부릅니다. 즉, 객실승무원이 여객기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아직 객실승무원을 면허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항공종사자라는 범주에 포함시키지는 않지만, 다른 조건 즉, 항공기에서 90초 내 탈출하는 시연을 하는 조건에 객실승무원의 숫자를 고정함으로서 법적 조건으로 추가해 온 것이죠.
따라서, 유럽에서는 Cabin Crew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즉, 특정한 조건을 가지고 훈련을 받은 Crew라는 거죠. 물론, 모든 용어들은 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전부터 배에서 필수적인 Role을 하는 경우는 Crew라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돼요.
즉, 객실승무원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법적 조건으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분들이고, 이분들의 역할도 안전업무나 필수업무를 수행하는데 있다는 것을 알수 있죠.
길게 이야기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객실승무원도 항공종사자의 하나로서 “면허”로 관리돼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항공업계의 최고의 리더급 국가에서 객실승무원의 면허가 요원한 상태고, 유럽에서도 객실승무원의 전문성 까지는 인정해 주더라도 면허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으니 우리나라도 법제화나 제도화는 하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거의 확정적이기는 하지만, 저의 지금까지의 소신입니다. 한때 객실승무원으로 일을 했던 경험자로서 또, 객실승무원의 업무 매뉴얼을 담당했던 소시적의 확고한 의견이었던 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덩치는 엄청 커진 객실승무원이라는 조직과 시스템이 아직은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