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를 속이는 신박한 페이크(Fake)
보디빌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밴딩이니 로딩이니 이런 용어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저도 궁금하고 여러분들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알아볼게요. 솔직히 건강한 운동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필요 없는 절차라서 참고만 하세요.
보디빌딩 선수들 인터뷰를 듣다 보면 지금 밴딩 끝났고요. 시합 전에 로딩을 할 예정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이게 무슨 소리야? 벤딩? 로딩? 뭐지? 이런 궁금증 있으셨을 겁니다.
1. 밴딩(Banting)의 진짜 의미: 철근이 휘는 Bending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요? 밴딩? 그대로 영어로 추측해 보면 Bending이 아닐까요? Bending은 찾아보면 철근이 휘는 정도 같은 뜻으로 나오는데요. 그럼 Bending이 아니네요. 열심히 알아보니 의외로 Banting인데요. 이게 사람 이름이라는 게 더 의외입니다. William Banting (1796-1878)이라는 분이 주장하신 Low Carb Diet(저탄수화물 식단) 방법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아. 그러니까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라는 거네요. 그걸 밴딩을 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뭔가 다른 방법이 있는 줄 알았잖아요. 그러니까 밴딩은 탄수화물을 끊고 완전히 단백질과 야채 등으로 채워진 식단으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2. 탄수화물과 글리코겐: 우리 몸의 에너지 창고 시스템
하지만 탄수화물은 단당류로 분해돼 소화되면 우리 몸에서 파워를 내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하면 힘이 안 나잖아요? 신경도 날카로워지고, 다운되고 그래서 힘들다고 하는 거네요. 하지만 이유가 있겠죠.
글리코겐의 보관 원리와 이동 동선
탄수화물의 섭취와 그 역할은 신체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탄수화물은 신체의 주요 에너지원이고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류로 그 성분을 넣어 이동시킵니다. 그리고 이를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게 됩니다.
- 간 글리코겐: 간은 약 100g 정도의 글리코겐을 보관합니다. 이곳은 중앙 배급소 역할을 합니다. 혈당이 떨어지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온몸으로 보내 혈당을 유지합니다.
- 근육 글리코겐: 근육 전체에는 약 400~500g 정도를 보관합니다. 이곳은 현장 전용 에너지입니다. 특정 근육이 움직일 때 그 안의 글리코겐만 사용하며, 다른 근육으로 빌려줄 수 없습니다.
창고가 꽉 차면 어떻게 될까?
그럼 간에 100g, 근육에 400~500g 창고가 꽉 찼는데 탄수화물을 더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은 남는 탄수화물을 버리지 않습니다. 간에서 이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변화시켜 지방 세포에 보관하게 됩니다. 글리코겐 창고는 용량이 제한적이지만 지방 세포는 저장 능력이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이 찌는 과정이죠. 근육은 보통 파워를 낼 수 있는 소량만 저장하며, 운동을 하면 그 에너지 저장량은 바로 고갈됩니다. 이 단순하면서 오묘한 절차가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시스템입니다.
3. 밴딩 로딩하는 방법: 뇌에 거는 신박한 속임수
보통 로딩이라는 말은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탄수화물 로딩이라는 용어로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한 어린 여자 장거리 육상 선수가 TV 인터뷰를 하며 저는 라면만 먹고 운동했어요라는 말을 해서 정말 화제가 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우면 밥도 못 먹고 라면만 먹고 운동을 할까 안쓰러워했었고 그래서 뉴스거리가 됐었는데요. 이 라면만 먹는 방법이 그 선수가 했던 탄수화물 로딩이었던 겁니다. 그 선수도 실제로는 잘 몰랐던 거고요. 정말 단순하게 운동했던 시절입니다.
장거리 선수와 보디빌딩 로딩의 차이
보디빌딩에서의 전통적인 방법은 육상 선수들의 로딩 방법과 원리는 같으나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장거리 육상 선수들은 왜 로딩을 할까요? 상식을 총동원해 보면 몸에는 글리코겐이라는 상태로 에너지를 보관하고 있는데 그 양이 한계가 있어요. 연구 논문들에 의하면 적당한 보관 양으로는 약 1시간 정도 운동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장거리 육상은 보통 1시간 30분, 2시간 이렇게 뛰잖아요. 몸에 더 이상 에너지가 없는데 어떻게 뛸 수 있겠어요? 그래서 우리 뇌에다 약간의 Fake를 거는 겁니다. 탄수화물을 완전히 며칠 동안 끊게 되면 몸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저장하는 글리코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특히 근육뿐 아니라 간에서 보관하는 글리코겐까지 없어지는 상황이 되면 우리 뇌는 비상을 걸게 됩니다. 바짝 긴장을 하면서 탄수화물을 기다리는데요. 마침내 몸 주인이 탄수화물을 먹어주는 겁니다. 우리 뇌는 미친 듯이 분해된 당분을 글리코겐으로 변화시켜서 간과 근육에 오버해서 쌓게 됩니다. 비상 시국이었기 때문에 원래보다 2~3배 이상 보관을 하는 것이죠.
마라톤 선수가 지쳐서 쓰러지는 거, 그게 로딩을 제대로 못한 결과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디빌딩 선수들이 이용하는 방법이 시합 전에 하는 밴딩과 로딩입니다.
4. 보디빌딩 선수들은 왜 밴딩과 로딩에 목숨을 걸까?
글리코겐이 완전히 근육으로부터 빠져나갈 때 마라톤 선수들 한번 보세요. 엄청 피부가 얇아지거든요. 마치 핏줄이 터져 나올 듯이 지방과 수분이 극히 적어지는 피부가 됩니다. 이 현상을 보디빌딩 선수들이 차용한 거죠. 극한의 저탄수 다이어트로 수분을 조절해서 아주 단단해 보이는 근육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로딩을 하는 건데요. 로딩은 3일 정도 천천히 하면 됩니다. 근육에 글리코겐을 충분히 넣는 동안 근육은 그 사이즈를 키우고 펌핑을 하면 혈액을 충분히 끌어당겨서 볼륨감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니 개인적인 진짜 경험이 중요합니다.
탄수화물 밴딩을 시행하는 이유는 피부의 수분을 빼고 근육에 있는 글리코겐을 모두 빼내기 위해서입니다. 글리코겐은 수분을 잡고 있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리코겐을 고갈시킴으로써 수분도 같이 날아가서 근육은 더 선명하고 단단해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밴딩을 마치고 나면 근육은 볼륨감이 전혀 없고 납작해 보일 겁니다. 힘도 없고 짜증도 나죠. 그 상태에서 로딩을 통해 피부 밑에 수분이 차지 않는 상태로 근육을 더 커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5. 수분 조절의 핵심: 항이뇨 호르몬과의 싸움
이 과정에서 보디빌더들은 수분 섭취도 제한하게 되죠. 수분 섭취를 완전히 줄여버린다면 볼륨감이 전혀 없는 근질이 될 것이고 쥐나 경련이 잘 발생하는 상태가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수분이 근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만 근육 내의 수분은 근육을 좀 더 풍성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는 크레아틴을 먹고 사이즈를 유지하시잖아요? 나의 영리한 뇌는 급격한 수분 제한을 알아차리면 항이뇨 호르몬을 분비해서 몸에 수분을 적극적으로 보관하게 됩니다. 뇌가 못 알아차리게 신박하게 수분을 빼버리셔야 하죠. 수분 조절은 시합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이기도 합니다.
수분 페이크(Fake) 방법
물도 계획적으로 시합 10일 전부터 평소보다 3배 이상 마셔야 합니다. 하루 8~9리터 정도죠. 나의 뇌는 물이 많이 들어오니까 열심히 신진대사를 일으켜 수분을 빼줍니다. 이렇게 5일 유지하다가 나머지 2일을 완전히 수분을 끊어버리면 뇌는 하던 대로 수분을 배출하게 돼서 결국은 몸에 수분을 오버해서 빼주게 되는 거죠.
6. 실전! 밴딩/로딩 실제 방법 (시합 토요일 가정)
로딩에 사용하는 탄수화물은 소화가 잘되는 식품을 섭취하고 대표적인 예로 베이글, 떡, 쌀밥 등을 많이 먹습니다. 지겨우니까 부드러운 빵 종류를 선호하기도 하죠. 가능하면 지방은 제한하는 게 좋고 다이어트로 못 먹었던 음식을 마구 먹는 실수를 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1단계: 탄수화물 밴딩 과정 (3일)
- 일요일 ~ 화요일: 탄수화물 제한, 수분 많이 (하루 9리터 유지)
2단계: 탄수화물 로딩 과정 (3일~시합 당일)
대략 체중 1kg당 10g의 탄수화물을 섭취합니다.
- 수요일: 탄수화물 로딩 시작, 염분 제한, 수분 많이 (6리터)
- 목요일: 탄수화물 로딩 계속, 염분 제한, 수분 제한 (4리터)
- 금요일: 수분 제한, 저염 탄수화물 섭취, 수분 극단적 제한(단수)
- 토요일: 일찍 기상 후 몸 컨디션 보고 적당량 탄수화물 섭취 (지방 섭취 절대 금지)
3단계: 시합 당일 및 염분/수분 팁
- 시합 당일에는 단순 탄수화물 쪽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하세요.
- 염분: 15일 전에 약 4g까지 섭취를 늘리고 로딩 시작 날에 끊는 것이 방법입니다.
- 수분: 금요일부터 단수를 하되 갈증이 극심할 경우 목만 축이는 정도로 제한하며 토요일은 완전 단수해야 합니다.
7. 정리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탄수화물 로딩은 주로 두 그룹의 엘리트 운동선수 그룹이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장거리 선수들은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디빌더들은 근육의 크기와 최상의 컨디셔닝을 위해 사용합니다.
국제 스포츠 영양학회(ISSN) 저널에서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본인의 방법을 테스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시도해보고 본인에 맞게 적용하라는 거죠. 아마추어지만 해보고 싶다면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뇌에 Fake를 거는 거니 건강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좋은 경험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주 1. 윌리엄 밴팅: 19세기 영국인으로 자신의 비만을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해결한 뒤 그 경험을 기록하여 유럽 전역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각주 2. 글리코겐: 포도당이 사슬처럼 엉킨 형태로 근육과 간에 저장되는 다당류입니다. 탄수화물 창고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